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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가람

[찬가람] 22화보고 쓴 글

"그래서 옷은 어떻게 입고 나갈 건데?"

"왠 옷이야?"



던져진 질문에 가람이 눈썹을 들어올렸다. 어차피 사람 찾는것밖에 안 하는데, 별 거 있어? 그냥 이대로 입고 갈 거야. 방 안에서부터 귀찮다는 어조의 가람의 대답이 날아왔다. 정말 그 옷차림으로..? 음....은찬이 탐탁치않은 소리를 냈다. 왜. 어느 새 마루로 나온 가람이 신발을 신으려다가 떨떠름한 반응에 은찬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바뀐 은찬의 옷차림을 보고 어, 하는 소리를 냈다. 그새 옷은 왜 또 갈아입은 거야? 후드티입고 있더만. 그러다 생각난 사실에 눈썹을 구겼다. 야, 그냥 아까 후드티 입어. 그거 입고 나가면 빨랫감만 많아지잖아! 가람의 말에 은찬이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청가람은 자신이 왜 이렇게 입은지도 모르고 저렇게 막 내뱉는 걸까? 은찬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늘나라에서 내려온 신선이 사람 찾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네 명의 사신후계자들은 오전 조와 오후 조로 나뉘어서 찾기로 했다. 어떻게 나누는게 좋을까 잠시 궁리하다가 가장 쉬운 방법으로 손바닥을 뒤집어서 정하기로 했는데, 백건과 현우가 손등이 나오고 청가람과 주은찬이 손바닥이 나와서 조는 쉽게 갈렸다. 난 하려면 오전에 할래. 오늘 오후 날씨 좋으니까 빨래 널어야 된단 말이야. 주부근성을 버리지 않은 가람이 그렇게 통보했다. 은찬에게 선택권이 없었다. 솔직히 은찬으로서는 오후에 하는게 훨씬 더 나았다. 아침은 아무래도 날씨가 조금 쌀쌀해져서 춥기도 하고, 잠이 덜 깨서 힘들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청가람이 오전이 좋다면야 할 수 없지. 그리고 잠시 생각해보니 오후가 빈다는 사실에 은찬이 덥석 제안을 받아들었다. 

 

아무튼, 그래서 명색이 신선이 춘양이라는 사람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것과 더불어 감시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청가람과 데이트를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제 딴에는 별로 신경안쓴듯 보이면서도 잘 차려입은 것인데, 그에 비해 청가람은-?



"가람아, 솔직히 그 차림은 조금..."

"조금 뭐?"

"조금...그렇지."

"똑바로 말해. 싫다는거야 좋다는 거야?"



약간 화난 듯, 커진 가람의 말투에 은찬이 음, 하고 한박자 쉬고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난 딴 옷 입었으면 하는데. 왜? 재빨리 날카롭게 말이 날아온다. 은찬이 천천히 설명했다. 최대한 사심이 안 드러나게, 그러면서 제 의도대로 될 수 있게. 이왕 중앙을 나가는 건데, 시내로 나갈 수도 있잖아? 시내에 트레이닝복 입고 돌아다니는 것은 좀 그렇지 않아? 하지만 가람은 당당했다. 아니, 난 괜찮은데? 인간들은 그런거에 신경쓰나 보지? 원래 별 볼일 없는 인간들이 더 옷에 신경쓰는 법이야. 하아. 은찬이 머리를 짚었다. 청가람이 눈치가 없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전혀전혀 생각이 없을 줄이야... 결국, 은찬은 그저 돌직구로 나가기로 했다. 가람아, 잠깐만 귀 좀. 은찬이 슬쩍 손짓했다. 가람이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은찬을 위해 몸을 기울였다. 그러니까, 내 말은.



"...간만에 데이트인데, 조금만 차려입어주면 안 돼?"

"..ㅁ뭐..."



차려입으라는 것도 아니야, 트레이닝복 말고 다른 거 입어줘. 은찬이 어깨를 추욱 늘어뜨리며 힘없이 말했다. 허,허어. 가람이 말을 더듬었다. 주은찬, 너 지금 그러니까. 가람이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은찬의 옷을 두어 번 가리켰다. 그, 데이트한다고 생각해서, 옷 갈아입은 거야....? 은찬이 맥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람의 옆머리가 째삣 섰다. 이, 멍청이! 그러면 그렇다고 이야기를 해줬어야지! 가람이 도로 방으로 쏙 들어갔다.


쿵당쿵당, 갑작스레 뛰는 심장소리가 귓가에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얼굴이 조금 달아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진짜 아무생각 없었는데,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데이트라고 생각하니 긴장된다. 아아악, 가람이 옷을 뒤척거렸다. 뭐 입어야 되지? 신경안쓴 듯 하면서도 잘 보여야 되는 옷차림이 뭘까. 정신이 멍해진다. 모르겠어, 앞이 빙글빙글 돈다. 이게 다 주은찬 때문이야. 흰색이 파란색으로 보이고 옷이 훌렁훌렁 춤을 추며 방 안을 돌아다닌다. 이씨, 주은찬! 가람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는 사이에 은찬이 가람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뭐해?"



갑작스럽게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가람이 화들짝 놀랐다. 왜,왜! 옷 고르고 있었다, 왜! 가람이 빽 소리를 질렀다. 너 때문에 어지럽잖아, 멍청아. 씨이, 가람이 씩씩거렸다. 은찬이 벌개진 가람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씩 웃었다. 데이트라고 해서 신경써서 입어주려는 거야? 귀엽다. 가람이 발딱 일어나 은찬의 다리를 찼다. 시끄러워, 이왕 들어온 거 니가 옷이나 골라! 그거 입고 갈 거야. 가람이 팔짱을 낀 채 팽 하고 은찬을 외면했다. 은찬이 방안에 널려진 옷가지들을 보다가 가람을 바라보았다. 화난 척 하고 절 안보고 있는 청가람이 웃기다. 그러면서도 제가 손을 움직여 옷가지를 하나 집으면 슬쩍 돌아오는 시선도, 귀엽다. 은찬이 생각했다. 아, 사실 청가람이라면 다 어울리긴 하는데. 은찬이 빨간 티셔츠와 보라색과 회색이 섞인 잠바를 집어들었다. 이거, 괜찮을 것 같아. 가람이 은찬이 건넨 옷을 바라보았다. 흥. 손을 내밀어 낚아챘다. 양 손에 나눠가진 채 번갈아 몸에 대보던 가람이 석연찮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거, 아무리 봐도 그냥 고른 것 같은데? 아닌데? 은찬이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알았어, 그거 입고가지 뭐."



가람이 상의 지퍼를 내리고 트레이닝복을 벗었다. 안에 얇게 받쳐입은 흰 셔츠에 몸의 선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흠. 은찬의 눈이 슬며시 가늘어졌다. 주은찬이 집어준 티셔츠를 입으려던 가람이 절 쳐다보는 은찬을 눈치채고 왜, 라고 물었다. 은찬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 위에다 입을거야? 더울거 같은데. 가람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저 안에 묻어나오는 속셈을 이제는 눈치챌 수 있었다. 내 몸 보려고 그러지, 저거. 하여튼 꼼수만 늘어선. 가람이 단칼에 대답했다. 나 추위 잘 타. 안 넘어오네. 은찬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잠바까지 입은 가람이 옷을 탁 하고 쳐 깃을 잡고서는 마루로 나갔다. 가자, 신선 할배 도와주러. 은찬이 가람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람이 쭈그려서 신발을 대충 구겨넣고는 발로 땅을 쳐 제대로 신으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백건과 현우가 빨리 안 오고 뭐하냐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은찬이 가람의 옆에 섰다. 혹여나 신선이 도망갈까 봐 머리채를 쥐어잡은 청가람 때문에 웃음이 튀어나올 뻔 했다.



"오후에 교대 해줄게."



백건의 말에 가람이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쥐었다. 흥. 가람이 빠르게 중앙을 걸어나가며 중얼거렸다. 평소보다 두 배는 빠른 청가람의 걸음 덕분에 미처 따라가지 못한 신선이 두 사람 사이에서 버둥거렸다. 가람아, 은찬이 가람을 잡아끌었다. 조금만 천천히. 가람이 은찬을 흘깃 바라보다가 발걸음 속도를 늦추었다. 붉게 달아오른 귀. 가람이 소근거렸다. 주은찬, 은찬이 가람에게 귀를 가까이 했다. 생각해보니까 오후에 애들이 없는 거네. 주인 할머니야, 잘 하면 되고.

 

뭔 뜻인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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