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찬가람] 향기의 변질 * 오메가버스 세계관 약간 있습니다 선택받은 사람에게는 제각기 고유한 체향이 존재한다. 피어나는 꽃처럼 보드라운 향, 시원한 바람처럼 조금 차가운 향, 이슬에 젖은 풀잎을 닮은 향 등등. 그중에서 주은찬의 향기는 난초 향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딘가 강한 느낌을 주고 의지하게 되는 향이었다. 네 향은 너를 많이 닮았어. 예전에 누군가에게서 들은 말을 떠올리며 은찬은 턱을 괴었다.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십 개의 색다른 향기를 맡고 또 지나치면서 은찬이 느낀 것은 체향은 주인을 닮는다는 것이었다. 대개 유약한 사람들은 주인의 성격을 닮아 연약한 향을 풍겼다. 반대로 결단력이 있거나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은 향이 진하고 강한 느낌을 주었다. 체향은 그 사람의 성격과 생각을 반영한다, 그 말을 .. 더보기
[찬가람] 1937초 1937초 ​ ​ 1. ​ "....." ​ 은찬은 매우 지친 눈으로 하릴없이 공중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공중에서 무언가가 퐁 하고 나타나 자신을 이끌어주기를 기대하는 듯이. 비즈니스 석은 꽤 쾌적한 편이었다. 그리고 또 조용하고 한적하다. 콩나물 시루에 콕 박혀있는 듯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한참을 불편하게 날아가야 하는 이코노미 석과는 차원이 다르다. 스튜어디스들이 조금 더 친절하기도 하고 ​말이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옆으로 열린 창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아직도 구름 위인 듯했다. 자신이 떠있는 비행기는 지금쯤 어디를 지나고 있을까. 아까는 바다 위였는데, 지금도 바다 위일까. 몇 시간을 바다 위를 비행하며 날아가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걸까. 사실 그런 것쯤은 영원히 상관없었다. 은찬.. 더보기
[찬가람] side memory * Lost Memories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현우야." ​ 은찬이 현우를 불렀다. 현우는 고개를 내려 마루 끝에 앉아있는 은찬을 바라보았다. 주작 공자, 왜 안 자고 여기 나와있습니까. 은찬은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고개를 들어 현우를 올려다보았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침묵의 눈동자에 현우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걸어가 은찬의 옆에 조용히 앉았다. 바깥 바람이 찼다. 두 사람 사이에는 한동안 아무 말도 흐르지 않았다. 현우는 그저 손끝을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다. 평소와 달리 무거운 분위기에, 말없는 은찬이 어색했지만, 어째서 이토록 조용한 것인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자신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미안한 마음에 쉽사리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은찬이 입을 열 때까지, 현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