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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가람] Kill me 그 날은 타락한 사방신중 하나가 내려와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날이었다. 불타는 중앙 한가운데에 한 명이 서 있었다. 무감각한 눈으로 자신과 대치하고 있는 사신 후계자들을 바라보고 있는 주은찬. 타닥타닥, 하고 불길에 타들어가는 나뭇조각 소리가 불안한 정적 사이로 잠깐씩 들려왔다. 은찬은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서 있었고, 그 주변을 일렁이는 불꽃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잔뜩 긴장한 채 날아올 공격에 대비하고 있던 와중에 현우가 작게 신음을 흘렸다. 윽, 반 이상 찢겨나간 왼팔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며 땅을 적셔갔다. 그 소리를 들은 가람이 현우에게 시선을 흘끗 주곤 내뱉었다. "넌 빠지는 게 낫겠다, 어디 가서 숨어있어." 가람의 말에 현우가 식은땀을 흘리며 내뱉었다. 글쎄요, 과연 지금 제가.. 더보기
[찬가람] 남친룩 "로망이라..." ​ 편하게 벽에 등을 기댄 채 티비를 보던 백건이 문득 중얼거렸다. ​티비 속 화면에서는 여자가 앞치마를 입은 채 요리를 하고 있었다. 보글보글 김이 피어오르는 찌개를 들어 식탁에 내려놓은 여자의 요리솜씨에 남자의 얼굴이 밝아졌다. 수저로 국물을 한 웅큼 뜨고, 즐겁게 웃고. 그저 흔하디흔한 일상물이지만 네 명의 사신후계자들은 그것을 나름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었다. 백건은 편히 벽에 기댄 채, 은찬은 배를 깔고 드러누운 채, 현우는 정좌세를 취한 채, 그리고 가람은 빨랫감을 척척 개면서 말이다. 앞치마를 입고 자신에게 요리해주는 게 로망이라고, 극중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백건이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로망이 너무 작네. ​ ​ "자고로 메이드룩이 로망 아니겠어?" "그게 뭡니까?" .. 더보기
[건가람] 원수는 개강총회에서 만난다 아, 젠장.. 가람이 속으로 작게 욕을 흘렸다. 흥겨워야 할 술자리였지만 전혀 흥이 나지 않았다. 가람의 눈은 계속해서 저쪽 구석에 앉아있는 한 남자를 흘끗흘끗 흝고 있었다. 이게 바로 진짜 존망했다는 걸까? 가람이 식은땀을 흘렸다. 재수가 없으려도 이렇게 없을수가. 가람이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직 여덟시밖에 안 되었다. 게다가 신입생주제에 지금 간다고 일어나면 오히려 제 쪽으로 시선을 모이게 하는 꼴이다. 가람이 침을 삼켰다. 앞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찌개의 뿌연 김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 연기 뒤에 내 얼굴이 가려질려나? 술잔들이 쨍 하고 부딪혔다. 자, 건배! 가람이 소주를 들이켰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주가 알코올인지 느끼지도 못할 만큼 지금 정신은 반쯤 나가있었다. 후배, 뭐 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