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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가람] 윤의 날개 은빛으로 빛나는 날개가 눈 앞에서 천천히 펼쳐졌다. 은찬이 멍하니 손을 뻗었다. 투명하게 빛나던 날개는 은찬의 손이 닿는 순간, 산산조각으로 부서져내렸다. 깨어진 날개 뒤로, 웅웅거리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 주변이 은가루로 반짝거렸다. 한 소년이 울음섞인 목소리로 자신을 불렀다. ...주은찬. 네가 날.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윤(潤)의 날개. ​빛나는 날개는 신에게 선택받은 단 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고귀한 증표. 선택받은 자, 신의 대리인, 신의 힘을 가지고 있는 자. 이 나라를 수호하는 고귀한 힘을 가진 존재. ​많은 자들이 선택받기를 원하고, 그만큼 무척이나 노력한다. 현 나라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가문들은 모두 최소 한 명씩 윤의 날개를 배출한 가.. 더보기
[찬가람] 피아니스트 손가락이 하얀 건반 위를 매끄럽게 춤추자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퍼졌다. 가람은 옆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그가 연주하는 곡을 감상했다. 청가람이 주은찬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손에 꼽는 것은 은찬의 피아노 연주 실력이었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어루만져주는 부드러운 음색, 흘러나오는 선율은 피아노라는 사물을 통한 것이지만 그 속에 담겨져있는 주은찬의 감정. 주은찬의 연주는 그를 닮았다. 가람이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떠서 은찬을 바라보았다. 진지한 얼굴로 건반을 치는 주은찬. 흔들거리는 붉은 머리카락이 창문에서 새어들어오는 노을빛을 받아 마치 불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아. 가람이 속으로 생각했다. 주은찬은 피아노를 칠 때면 다른 사람이 된다. 그러던 사이에 연주가 끝났다.. 더보기
[찬가람] 미스터 앤 미스터 킬러 * 영화 패러디입니다 "자기, 죽었어?" 매캐한 먼지 사이를 뚫고 날아오는 말소리에 은찬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매일 한 번만 저렇게 불러달라고 애원했을 때에는 들은척도 하지 않고 있다가 꼭 지금에서야 말하지, 청가람. 달콤한 '자기'라는 애칭으로 지금 불러도 그렇게 기분좋지는 않다구? 은찬이 구멍난 벽을 흘끔 바라보았다. 바닥에 채이는 수많은 유리조각들과 벽에서 떨어져나온 콘크리트 조각들. 총알이 몇 발 남았더라, 남아있는 총알의 수를 가늠해보려 했으나 그냥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은찬이 가람의 말에 대답했다. "그렇게 불러달라고 할 때는 안 불러주더니​ 이제와서 자기라고?" "서비스야, 서비스. 그래도 죽기전엔 한번쯤은 불러줘야 편하게 가지 않겠어?" "하하, 누가 죽는대?" "움직이지 마, 빗겨나가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