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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가람

[찬가람] 취향

주은찬과 청가람은 사귀고 있는 사이였다. 청가람이 주은찬을 좋아하는 것에는 많은 이유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자면 얼굴도 성격도 아닌 은찬의 손이었다. 가람은 유난히 은찬의 손에 집착했다. 여자처럼 가늘고 고운 제 손과는 달리 비교적 크고 남자다운 손을 가진 주은찬. 자신과 신체조건이 비슷한데도 그것만은 현저하게 달랐다. 가람이 물끄러미 제 손을 바라보다가 젓가락을 움직이는 은찬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을 돌려 현우나 백건의 손도 흘끗 바라보았다. 딱 봐도 제 손의 두배정도 되어 보이는 큰 손이다. 아니, 저것보다는 주은찬의 손이 훨씬 더 취향이다. 음, 가람이 살짝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보니까 주은찬을 좋아하기 시작한 계기도 바로 저 손이었지. 가람은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평소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상대에게 갑자기 눈이 가는 경우가 있다. 어떠한 계기를 통해, 그 사람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 바뀌게 되는 시점. 사실, 청가람은 단 한번도 주은찬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그렇게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사신 후계자중 한 명이라고만 입력되어 있을 뿐이었다.

항상 멍청하게 웃고, 덜렁대며 쫑알거린다. 또한 저보다 훨씬 체격이 큰 백건이나 현우와는 달리 체격과 키 또한 비슷해서, 가람은 은찬을 쉽게 보고 있었다. 편하게 사는 멍청이, 가람이 한 손에 장을 봐온 물건을 들고 저를 따라오는 은찬을 곁눈질하며 생각했다. 오늘 저녁은 뭐 해 먹을 거야? 김치찌개 먹고 싶다. 만들어달라는 소리야? 가람이 툭 내뱉었다. 은찬이 실실 웃었다. 바보같긴, 가람이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김치찌개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까 두부를 사오길 잘했네, 가람이 멍하니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은찬의 눈이 저 쪽에서부터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검은색 차량을 향했다. 어어....? 저거, 이 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위험해!'

 

 

은찬이 재빨리 가람의 손목을 낚아채곤 제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가람을 끌어당기자마자 차가 무서운 속도로 그 옆을 스쳐지나갔다. 으와, 대체 얼마나 바쁘길래 저렇게 무섭게 지나간담. 저러다가 사고나지, 사고 나. 은찬이 혀를 찼다. 그리고 눈을 땡그랗게 뜨고 있는 가람에게 물었다. 괜찮아? 하마터면 다칠 뻔 했다. 가람은 멍하니 은찬의 손에 잡힌 제 팔을 바라보았다. 유난히 낯설게만 보이는 주은찬의 손. 한 손에 다 틀어잡힌 제 손목. 주은찬의 손이 이렇게 컸던가? 가람이 생각했다. 아, 뭔가 이상한 기분인데. 가람이 도로 은찬을 올려다보았다. 갑자기 주은찬이 낯설게만 보였다. ....자, 공자!

 

 

"청룡 공자!"

"어?"

 

 

절 부르는 소리에 가람이 퍼뜩 잠겨있던 생각에서 깨어났다. 정신을 차리고 쳐다보니 현우가 밥을 입에 넣은채 우물거리고 있었다. 공자, 아까부터 뭘 그렇게 보고 있는겁니까? 백건이 덧붙였다. 아까부터 주구장창 손만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너 취향이 이래? 백건이 가람의 얼굴앞에 제 손을 들이밀었다. 내 손이 좀 반할 만도 하지? 특별히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마. 감사하게 생각해. 가람의 관자놀이에 핏대가 섰다. 됐어, 필요없거든! 가람이 백건의 손을 쳐냈다. 밥이나 쳐먹어, 입 다물고. 가람이 반찬을 집어들었다. 오물오물, 멸치를 씹어먹던 가람은 멸치반찬으로 향하는 은찬의 손이 눈에 들어오자 절로 그곳으로 시선이 향할 수밖에 없었다. 흐응, 백건이 의미심장한 소리를 흘렸다. 청룡, 변태였냐? 

 

 

"취향 한번 대단하네."

 

 

백건이 피식 웃었다. 이게, 가람이 저도 모르게 은찬의 손으로 향했던 시선을 접고 백건을 노려보았다. 뭐? 내가 뭐 잘못말했냐? 얄미운 백건의 말에 가람이 탕 하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앞으로 일주일간 고기반찬 없어. 뭐라고요! 현우의 아련한 외침이 울려퍼졌다. 백호 공자 때문에 일주일간 고기 구경을 할 수 없게 되었잖습니까! 이거 어떻게 하실 겁니까! 백건이 인상을 구겼다. 야, 고작 이거가지고 이러는 거야? 진짜 치사하고 더럽네. 가람이 백건을 노려보았다. 이주일로 늘이기 전에 그 입을 다무는 게 좋을걸. 백건이 어깨를 으쓱였다. 굳이 고기반찬을 안해준다고 해도 상관없어, 시켜먹으면 되니까. 가람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시켜먹는다고.....?"

 

 

이 내가, 맨날 귀찮음을 무릅쓰고 네놈들의 밥을 하고 있는건지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냐.....? 가람의 주변으로 검은 오오라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윽, 은찬이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백건 저거 저럴 줄 알았지, 또 이렇게 청가람의 화만 돋구고. 은찬이 가람의 손을 잡았다. 뭐야! 가람이 화난 얼굴로 은찬을 바라보았다. 은찬이 말없이 웃으며 가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쓰담쓰담, 머리칼이 부드럽게 감겨왔다. 은찬이 입을 열었다. 아냐, 안 시켜먹어. 가람이 네 요리솜씨가 얼마나 좋은데 왜 밖에서 시켜먹어야 하는데? 백건이 가람을 달래는 주은찬을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말없이 은찬의 손에 머리를 맡기고 있던 가람이 자리에서 벌떡 얼어났다. 

 

 

"몰라, 난 이만 들어갈 거야. 남기지 말고 싹싹 먹어치워라."

 

 

특히 백건 너. 가람이 손끝으로 백건을 척 하고 가리켰다. 한번만 더 그러면 진짜 고기는 구경도 못하게 해줄꺼니까, 알아서 해. 말을 마친 가람이 문 너머로 사라졌다. 세 명은 식탁에 앉아 가람의 뒤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식사를 재개했다. 우물우물, 밥을 씹고 있던 현우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그렇게 물었다. 그런데, 청룡 공자가 왜 화낸 거죠? 두 사람은 현우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

 

톡톡, 방 안에 틀어박혀서 노트북으로 요리를 찾아보고 있던 가람이 흘끗 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더 늦으면 설거지할 시간이 지나버리니까...지금 해야겠네. 가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루를 건너 부엌으로 향하고 있는 가람의 눈에 열린 문 사이로 부엌 풍경이 들어왔다. 그리고 서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한 사람도. 응? 가람이 눈을 깜박였다. 주은찬이 왠일로 설거지를 하고 있지. 가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릇을 닦고 있는 은찬의 옆모습을 보면서 가람은 착실히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저러다가 왠지 그릇을 깰 것 같단 말이야, 불안하게시리. 그런 가람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은찬의 손에서 접시가 미끄덩거리며 빠져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쨍그랑, 자기로 된 그릇이 산산조각났다. 어휴, 역시나. 가람이 눈을 찌푸렸다. 할 일만 더 쌓였네. 가람이 속으로 궁시렁거렸다. 주은찬을 속으로 타박하던 가람은, 은찬이 당황한 얼굴로 허리를 숙여 맨 손으로 깨진 조각을 만지려고 하자 재빨리 소리쳤다.

 

 

"멍청아, 그거 맨손으로 만지지 마!"

 

 

갑자기 날아온 목소리와 함께 가람이 등장하자 은찬이 당황한 표정으로 가람과 깨진 자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가람이 어정쩡한 자세로 있는 은찬의 등을 퍽 쳤다. 그러다가 손 베이면 어쩌려고 그래, 멍청아! 저기서 쓰레받기랑 빗자루 가져와. 할 일만 더 만들어줘서 고맙다. 가시있는 가람의 말에 은찬이 어색하게 웃으며 청소도구를 가지러 나갔다. 가람이 깨진 그릇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깝다, 이거 꽤 좋아하던 거였는데. 잠시 기다리고 있자 은찬이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나타났다. 가람이 은찬의 손에서 빼앗듯이 받아들고서는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잔소리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렇게 맨 손으로 치우려고 하다니, 정신나갔구나.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 다른 데는 다쳐도 되는데 손만은 절대로 다치지 말라고.

 

 

"그나마 잘생긴 손이라도 멀쩡하게 놔둬야지, 엉?"

"칭찬 참 고맙구나, 청가람...."

 

 

은찬이 살짝 어금니를 악물며 웃었다. 흥, 가람이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쓰레기통에 그릇조각들을 버리고 청소도구로 한 쪽으로 치운 가람이 손을 탁탁 털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릇을 깼어. 할머니도 이 그릇 아까시던데. 어떡할 거야? 은찬이 물끄러미 가람을 바라보았다. 제 딴에는 가람의 일을 도와주려고 한 건데 결과적으로는 일만 늘인 꼴이 되었기도 했다. 가람이 입술을 비죽였다. 그래도 의도가 가상했으니 한 번 봐줄게. 가람이 은찬을 살짝 밀었다. 이제 나와, 내가 할게. 가람이 물을 틀고 그릇을 닦기 시작했다. 주은찬이 조금 해놔서 그런지 닦을 건 몇 개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잘했긴 하네... 중간에 그릇을 깬 게 문제긴 하지만.

 

은찬이 설거지를 하는 가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약간 숙여 드러난 흰 목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은찬이 가람의 등 뒤에 다가가서 가람의 허리에 팔을 두르곤 어깨에 턱을 올렸다. 뭐야? 가람이 아니꼽다는 눈으로 은찬을 쳐다보았다. 무거우니까 떨어지지 그래. 은찬은 그저 웃었다. 가람도 더 이상 별 말 없이 설거지를 했다. 달그락달그락, 몇 번 소리가 들린 후 설거지를 다 끝낸 가람이 물을 잠갔다. 수건에 손을 닦은 가람이 아직까지 붙어있는 은찬을 부드럽게 떼어냈다. 오늘따라 왜 이래?

 

 

"..좋아서?"

"....뭐야, 갑자기."

 

 

은찬의 대답에 가람이 약간 빨개진 채 대답했다. 아, 이제 좀 떨어지지 그래? 가람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더워! 은찬이 가람에게서 순순히 떨어졌다. 으, 주은찬 너 때문에 땀 났잖아, 찝찝하게. 가람이 투덜거렸다. 은찬이 투덜거리는 가람의 입을 바라보다가 끌어당겼다. 또 뭐야, 가람의 짜증섞인 말은 입술을 막아오는 주은찬 때문에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뭐야, 흡, 주은,... 은찬의 손이 가람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았다. 어느정도 키스한 후 은찬이 입술을 떼었다. 하아, 은찬이 가람의 얼굴을 보고 피식 웃었다. 왜, 왜 웃어? 가람이 소리쳤다. 으으응, 예뻐서. 은찬의 말에 가람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너, 그러면 내가....!"

"앗,"

 

 

은찬이 검지손가락을 들어 가람의 입술에 가져다댔다. 잠깐만. 발소리가 들린 것 같았어. 은찬이 숨을 죽였다. 아, 다시 가네. 은찬이 다시 가람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청가람은 멈칫한 그 자세 그대로 멈춰 있었다. 청가람? 은찬이 가람을 작게 부르곤 손을 떼었다. 가람의 눈동자가 제 손가락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뭔지 알아차린 은찬이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렇게 내 손이 좋은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은찬은 가람이 제 손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있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둘이 있을 때면 가람은 거의 매일 자신의 손을 만지작거리고 꼬옥 잡아주었다. 심심할 때면 가람의 눈동자가 제 손을 따라 같이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청가람이 절 좋아하는 것은 좋은 거지만, 이쯤되면 자신의 손을 좋아하는 건지 자신을 좋아하는건지 헷갈린다. 그게 그거...지만, 하여튼. 심지어 은찬은 제 신체의 일부분인 손에게 열등감을 느낄 정도였다. 내가 내 손보다 못한 건가? 은찬이 가람에게 물었다.

 

 

"그렇게 내 손이 좋아?"

"응."

"내 얼굴보다 더?"

 

 

왠지 구차해지는 기분을 느끼면서 은찬이 물었다. 가람이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넌 손이 제일 잘생겼다니까? 빠직, 은찬의 관자놀이에 핏대가 섰다. 가람이 피식 웃었다. 뭘 바라고 물은 건데? 응? 말해봐, 주은찬. 가람이 한 쪽 입꼬리만을 올리며 계속 물어댔다. 내가 다른데는 다 다쳐도 손만은 다치지 말라고 한 게 뭐때문이라고 생각한 건데. 으응? 가람이 은찬을 놀렸다. 후, 은찬이 한숨을 쉬었다. 기분이 묘하네. 그러는 사이에, 가람이 은찬의 손을 다시 잡아올렸다. 은찬은 이제 그냥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가람이 제멋대로 하게 놔두고 있었다. 그래, 청가람이 내 손이라도 좋아해주는 게 어디야. 은찬이 눈물을 삼켰다.

 

은찬의 손을 꼭 잡은 가람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천천히 은찬의 손끝을 핥았다. 손끝에서부터 전해지는 야릇한 감각에 은찬이 자괴감에 빠져있던 의식을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청가람이 제 손가락을 핥고 있었다. 빨간 혀, 은찬의 검지손가락을 살짝 입에 문 가람이 눈을 감고 천천히 빨았다. 읏, 은찬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뱉었다. 뭐하는 거야, 청가람.. 은찬이 가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제 손을 입에 넣고 빠는 가람의 얼굴이 지나치게 색정적이었다. 야하다, 은찬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제 손가락을 빨고 있는 게 아니라....마치.

 

하아, 시간이 좀 지난 후에 가람이 숨을 내뱉으며 눈을 떴다. 손끝에 가벼운 키스를 남긴 가람이 그제서야 은찬의 손을 놔주었다. 눈앞에서 멍청한 표정을 하고 서 있는 주은찬의 표정이 너무 웃겼다. 가람이 새침하게 웃었다. 왜 그런 표정이야? 가람이 은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늘, 방 바꿔 쓸 건데. 오고 싶으면 와. 그건 너무나도 명백한 유혹이었다.

 

*  

 

은찬이 가람을 붙잡은 채 고개를 틀었다. 흐으, 가람이 은찬의 옷자락을 세게 잡았다. 옷 안을 파고드는 주은찬의 손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몸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같은 손이지만, 느낌은 아주 다르게 다가오는 손. 가람이 눈을 질끈 감았다. 얽혀오는 혀의 감각에 생각이 띄엄띄엄 끊어지고 있었다. 그러고보니까 이것도 다르긴 하구나. 잠시 숨을 쉴 틈을 주는 은찬의 배려에 가람이 숨을 바쁘게 들이키고는 다시 키스에 응하며 생각했다. 항상 멍청하고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에도 서툴고 익숙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능숙하고 대담했다. 그래서 더 좋아진걸지도 모른다. 가람이 은찬의 등을 끌어안았다. 주,은찬...숨,흐, 막혀. 은찬이 가람의 말에 입술을 똈다. 하아.. 가람이 눈을 깜박였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은찬의 얼굴을 인식했다.

 

 

"주은찬.... 밤에 보니까 더 못생겼어."

 

 

가람이 키스의 여운으로 약간 뜨거워진 얼굴을 한 채 피식피식 웃으며 내뱉었다. 어휴, 넌 진짜 사신후계자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살았을지.. 가람의 놀림에 은찬이 눈을 가늘게 떴다. 청가람, 너 자꾸 이럴래? 솔직히 내가 잘생긴 편은 아니지만, 못생긴 것도 아니라고. 가람이 눈썹을 들어올렸다. 정말? 은찬이 입을 닫았다. 가람이 킥 웃고선 양 팔로 은찬의 목을 휘감았다.

 

 

"근데 못생겨도 괜찮아, 내가 예쁘니까."

 

 

가람이 은찬을 살살 잡아당기며 뒤로 누웠다. 은찬이 한 손으로 가람의 허리를 받쳐주며 편하게 자리잡을 수 있게 했다. 가람이 누운 채 은찬을 올려다보았다. 그바람에 주은찬이 더 높게 보였다. 가람이 눈을 끔벅였다. 뭐해? 은찬이 물끄러미 제 밑에 있는 가람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냥.... 은찬이 양 팔로 몸을 지탱한 채 대답했다. 조금 뭐? 가람이 미간을 좁혔다. 묻고 싶은게 있으면 빨리 물어봐, 질질 끌지 말고. 가람의 말에 은찬이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청가람, 진짜 진지하게 묻는 건데...

 

 

"내가 아니라 내 손이 좋아서 사귀고 있는 건 아니지?"

"뭐?"

 

 

은찬의 질문에 가람이 진심이냐는 듯한 얼굴로 올려다보았다. 주은찬은 아주 진지한 표정이었다. 아, 미치겠다. 가람이 웃음이 터지려는 입술을 깨물었다. 주은찬, 너 왜이렇게 바보같아? 너보다 네 손이 좋아서 사귀고 있는 거냐니.... 엉뚱한 질문인데 주은찬의 얼굴은 한없이 진지해서 더 이상은 못 견디겠다. 결국 참지 못한 가람이 웃음을 떠뜨렸다. 제 질문에 웃는 가람의 모습에 은찬의 얼굴이 창피로 붉어졌다. 좀 전 자신의 질문이 유치한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웃으니까 부끄럽잖아.... 하, 후우. 웃음을 간신히 멈춘 가람이 심호흡을 하고 은찬을 다시 바라보았다. 풉, 그러나 다시 보니 웃음이 나온다. 가람이 은찬의 볼을 매만졌다.

 

 

"네 손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지."

 

 

가람의 손이 천천히 내려가 은찬의 목덜미를 매만졌다. 손끝에서 주은찬의 다소 빠른 맥박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머뭇거려? 네가 원하는 대답도 해줬잖아. 가람이 슬쩍 웃었다. 오늘은 어디로 데려가줄래? 저번보다 더 좋은데 가고 싶은데, 그럴 수 있지?  

 

 

"물론, 운전은 네가 해."



가람이 샐쭉하니 눈을 접으며 은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자, 그럼 이제 시동을 걸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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