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찬가람] 스물두살의 봄 "람이 자?" ​ 저를 톡톡 치곤 물어오는 목소리에 은찬은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던 고개를 들어올려 엎드린 채 곤히 자고 있는 청가람을 확인했다. 어떠한 미동도 없이 아주 잘 자고 있다. 은찬이 친구에게 대답했다. 어, 아까부터 졸리다고 그러더니 잔다.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뭐. 같이 매점가서 맛있는 것좀 사주려고 했더니만. 은찬이 그 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고 손가락 끝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랑 같이 가자. 먹을 거 사줘. 여건을 놓치지 않고 덥석 물어오는 주은찬의 목소리에 친구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혀를 쯧 하고 찼다. ​ "니가 람이냐? 니 돈으로 사먹어." "치사한 놈..." ​ ​ 은찬이 입을 비죽였다. 친구가 하품을 크게 하고서는 자리에서 비척비척 일어났다.. 더보기
[찬가람] 취향 주은찬과 청가람은 사귀고 있는 사이였다. 청가람이 주은찬을 좋아하는 것에는 많은 이유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자면 얼굴도 성격도 아닌 은찬의 손이었다. 가람은 유난히 은찬의 손에 집착했다. 여자처럼 가늘고 고운 제 손과는 달리 비교적 크고 남자다운 손을 가진 주은찬. 자신과 신체조건이 비슷한데도 그것만은 현저하게 달랐다. 가람이 물끄러미 제 손을 바라보다가 젓가락을 움직이는 은찬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을 돌려 현우나 백건의 손도 흘끗 바라보았다. 딱 봐도 제 손의 두배정도 되어 보이는 큰 손이다. 아니, 저것보다는 주은찬의 손이 훨씬 더 취향이다. 음, 가람이 살짝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보니까 주은찬을 좋아하기 시작한 계기도 바로 저 손이었지. 가람은 예전의 기억을 떠.. 더보기
[찬가람] 32 x 15 처음, 은찬이 청가람을 본 건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이었다. 집과의 학교가 거리가 멀었던 탓에 혼자서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던 대학생 주은찬, 그리고 어느 날 그 옆집으로 이사온 한 쌍의 부부. 침대에 누워서 오랜만에 빌려온 재미있는 책을 읽고있던 은찬은 밖에서 들리는 벨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을 열었다. 혹시 친구녀석들이 심심하다고 들이닥친 걸까. 그동안 간간히 있었던 일을 상기하자면 그럴 가능성도 적잖아 있었다. 하지만, 문을 연 은찬의 눈에 보인 것은 낯선 얼굴의 여자와 조그만 손으로 자신에게 떡이 든 접시를 내미는 어린아이였다. "안녕하세요, 어제부로 옆집에 이사왔는데 떡 좀 드시라고 가져왔어요." 학생이신가봐요? 여자가 미소지었다. 그 말을 들으며 은찬은 최근에 자주 시끄러웠던 일을 기억..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