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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가람] 잃어버린 시간 "이렇게 말없이 가도 돼?" 내심 마음에 걸려 가람이 뒤를 흘끔거리다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은찬에게 말했다. 괜찮아, 은찬이 어깨를 으쓱하며 가람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오전에 나갔으니 오후는 자유시간인걸! 가람이 미심쩍은 듯 눈썹을 들어올렸다. 너혼자 그렇게 정한거잖아, 라고 받아치려다가 그냥 속에만 담아두기로 했다. 가람이 입을 비죽 내밀며 은찬의 뒤를 따라 산길을 올라갔다. 자박자박, 발걸음소리가 조용한 산길에 종종 들렸다. 가람이 숨을 들이쉬었다. 우거진 나무의 냄새와 신선한 공기가 폐로 들어온다. 올라오니까 좋긴 하네. 가람은 신선을 데리고 마을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고생하고 있을 백건과 현우 두 사람을 떠올리고, 오전에 있었던 자신들의 똑같은 상황을 상기하고서는 혼자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더보기
[찬가람] 향기의 이별 * 심심해서 전장르 조금 리메이킹ㅋㅋㅋ..ㅋㅋ 선택받은 사람에게는 제각기 고유한 체향이 존재한다. 피어나는 꽃처럼 보드라운 향, 시원한 바람처럼 조금 차가운 향, 이슬에 젖은 풀잎을 닮은 향 등등. 그리고 각각의 향기에는 저마다 짝이 존재했다. 청가람에게 주어진 향기의 짝은 난초 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때, 그 일 이후로 유일하게 옆에 붙어다니는 향기. 하지만 이제는. 가람이 눈을 뜨고 후 불어 자신의 몸에 붙어있던 향기를 날려보냈다. 자박자박, 일정하게 나는 발걸음 소리가 한밤중의 정적을 깼다. 주차된 자동차 밑에 숨어있던 얼룩무늬 고양이가 다가오는 그림자에 야옹- 소리를 내며 도망갔다. 가람이 한 차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곤, 트렁크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으로 짐을 밀어넣었다. 트렁크를 닫으며 가.. 더보기
[찬가람] Memorial Black 투두두두, 전투로 황폐화된 지역 위를 한 헬리콥터가 빠르게 지나갔다. 현우가 조심스럽게 가람의 눈치를 살폈다. 아직도 꽤 화난 표정이다. 매서운 눈초리로 절 죽일듯 노려보고 있어서 도로 시선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헬기에 타기 전까지 줄창 들었던 청가람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재생되는 것 같았다.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바락바락 고람을 치던 청가람. 마음대로 누가 내보내래?! 어련히 완성하면 말하려고 했어! 그런데 허락도 없이 내 아이를 내보내고, 망가뜨리기까지 했잖아! 청가람은 항상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을 '자신의 아이'라고 불렀다. 땅이 점점 가까워진다. 투드드, 헬기가 무사히 착륙하자 현우가 닫힌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청가람이 현우와 군인을 밀고 앞으로 쏠랑 튀어나갔다. "죄송합니다, 저 사람.. 더보기